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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한 해 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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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에서 마감기한을 정해놓고 본인 퍼포먼스 리뷰를 쓸 때도 그렇게나 오래 걸리는데, 블로그에 연간 리뷰를 쓰겠다는 다짐을 과연 내가 지킬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들었지만, 나도 했으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모두 할 수 있다. 메리 크리스마스 앤 해피 뉴이어! 를 외치며 2023년 연간 회고 시작해 보겠습니다.

1Q : 새로운 시작 

 윈도우XP가 아니고 내 1분기 얘기다. (개발자 농담) 회사도, 취미도, 자격증도, 갈까 말까 싶던 가수의 내한 공연도 모두 새로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었다. 회사도 바쁜데 자격증 공부가 필요할까 싶기도 했고, 노는 것도 체력이 필요한 일이라 고민했지만 지금 와서 하지 않았다고 생각해보면 정말 아쉬울 뻔한 이벤트들이었다.

 직무를 전환하고 나서 얼어붙은 취업 시장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게 취업이 금방 되어 정말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든다. 작은 기업의 단점도 있지만 장점이 있고 그 장점에 충분히 만족하는 사람으로서 취업 성공! 이 올해 가장 큰 업적이라 할 수 있겠다. 업계 특징을 밈으로든 건너건너든 들은 게 있어서 회사에서 실수 안 하고 잘 적응할 수 있을지가 두 번째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좋은 사수와 좋은 친구(?)를 만나서 아직까지도 즐겁게 일하고 있다. 

 월급의 장점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돈이 허들이 될 때, 그 허들을 낮춰주는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요새 큰 공연을 한 번 가려면 10만 원 이상은 우습게 깨지기 때문에 지르기 전에 망설이게 되지만, 막상 갔다 오면 돈이고뭐고 너무나 진하게 남는 여운 때문에 다음번 공연을 놓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경험해 보는 것'이 역시 가장 중요하고, 하기 전에 망설이지 말자고 다짐하는 요즘 이런 다양한 경험들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하는 월급과 충분한 휴식을 가질 수 있는 회사 문화가 정말정말 만족스럽다.

2Q : 일이 어려운가 사람이 어려운가

 지금에서야 돌아보니 올해를 관통하는 질문이다. 나는 이 질문을 처음 들었을 때 일이 어렵다고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일 자체가 어렵다기보다는 그 일을 효율적으로 쳐내지 못하는 내 짧은 지식을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지금이라고 엄청난 기술 스택을 가지게 되었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최근에 겪고 있는 일들로 인해 아무래도 사람이 더 어렵다는 쪽으로 마음이 변했다. 일은 포기해도 되지만, 사람은 포기하면 조금 곤란해지니까..  

 다이어리를 그렇게 성실하게 쓰는 편은 아니지만, 6월 어느날의 일기에 "시간은 그저 흘려보내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라고 쓰여있다. 내가 한 말은 아니고, 전 회사에 내 퇴사를 알릴 때쯤 나를 좋게 봐주셨던 임원 분께 밥을 얻어먹었을 때 들었던 말이다. 그때는 그냥..  그때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말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흘려들었던 말이다. 그때는 지금보다 여러모로 지쳐있었던 상태였기 때문에 의도를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도 있을 거다. 2023년의 중간과 마지막에서 이 문장을 다시 보니 새롭다. 고작 반년 뒤에 들춰봐도 무슨 일이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나니 큰 고민은 아니었을 거지만 같은 문장을 보고 그 짧은 사이에 이렇게나 감상이 달라졌다는 것은, 내가 어떻게든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것 같고 그러므로 계속해서 좋은 쪽으로 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다짐으로까지 생각이 이어지게 만든다. 

 원래는 불안에 굉장히 취약한 타입이었고, 어떻게든 해보려고 바둥거리는 스타일이었는데 올해는 이 마인드가 나를 변화시키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주었다. 조금 불안하더라도 그 실체 없는 감정에 눈길을 주지 않고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회사원 단골멘트 "이게 되네.."가 프로세스 없이 우당탕탕 굴러가는 업무에 대해서 자조적으로 말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이걸 해내버린 내 자신에 대한 칭찬일 수도?

3Q : 1인가구는 가장이 없으면 무너지는데요

회사가 재택근무를 적극 권장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던지라 통근시간이 이전에 비해 3~4배로 늘어나게 되었는데, 그 덕분에 인생에서 한 번쯤은 겪어봐야 하는 (개인적 견해) 전세계약을 하게 되었다. 부동산도 혼자 가고 이것저것 협의도 혼자 하고 계약은 어른을 데려갔지만 이사도 혼자 하고 아무튼 연차도 부족한 대한민국 노동 시장에서 혼자 이사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라는 것이 첫 감상.

 자취가 처음은 아니지만 세대주가 되고 나서 뼈저리게 깨달은 것은 1인가구는 집에 없으면 가전가구를 받을 수도, 안전점검을 받을수도, 퇴근이 늦어지면 스스로를 챙길 시간도 없어진다는 점. 집 관리도 건강 관리도 다 셀프라서 잘 먹는 것, 잘 쉬는 것 그리고 잘 자는 것에 중점을 맞춘 삶이 되어가고 있다. 혼자 살면서 조용히 공부 or 필요한 작업 환경을 만들어주면 돈 버는 일을 더 많이 할 줄 알았는데 그 환경을 쓸고 닦는 일에 더 시간이 많이 드는 것은 기분 탓일까?

 이사 준비와 동시에 있었던 기억나는 시간은 원인 모를 장염 때문에 진짜 7일을 꼬박 앓았던 주간이다. 도대체 뭐 때문이었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심지어 그 주에 생에 처음으로 제안받은(!) 강연이 있어서 그 아픈 몸으로 수액까지 맞아가며 준비하느라 꽤나 고생을 했던 기억이 있었더랬다. 아직 돌도 씹어먹을 나이라고 스스로는 생각하지만 돌을 소화시킬 위장은 못 되는 모양이다. 건강하게 먹고, 자주 운동하고, 잘 잡시다.

4Q : 결국 될 일은 되게 돼있다

 환경에 익숙해지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경계하는 건지, 진짜 사주에 역마살이 낀 건지 내 20대는 시도와 탐색과 이사로 가득했다. 설명할 키워드는 많은데 굳이 결과론적으로 생각해 보면 결국 하려던 일 다 했고, 내가 향하는 곳은 내 행복과 안정이었으며 오늘을 기준으로 삼으면 대충 이룬 것 같은 게 오늘의 감상이다. 

 될 일은 어떻게든 일어날 테니, 내년에 기억해 두고 실천해야겠다 싶은 것 중에 하나는 '내 감을 감히 무시할지 말자'이다. 연말이 되어서야 대가를 치르게 되었지만, 이를 발판 삼아 내년부터 찜찜한 느낌은 일단 망설이지 말고 주변과 공유해 보는 건 어떨까? 가끔은 숫자로 보이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판단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좋은 쪽으로 '될 일은 되는구나'라고 생각했던 이벤트는 인사이동이었다. 반기 리뷰에서 걱정했던 올해의 입사 이후 최대 걱정이 바로 팀 이동에 관한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스무스하게 지나가게 되어서 이게 이렇게 되네? 싶은 생각도 있다. 주변에 조언도 많이 구해보았고,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내 미래에 더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생각했을 때 넘어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서 한 결정이었기 때문에 앞으로 후회할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팀 이동 자체가 어떤 드라마틱한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을 테니, 좋은 팀장님, 그리고 팀원들과 으쌰으쌰할 수 있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성장하기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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