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에 신설된 오픈소스 데이터 분석 과제가 제일 까다로웠다. 데이터센터 화재 때문에 공공데이터 API를 사용할 수 없게 되어서 중간에 사용할 데이터가 변경되었는데, 예시 코드가 변경 전 과제에는 딱 들어맞았으나 변경된 데이터에 대해서는 수정할 필요가 있는 코드였기 때문에 수강생들 사이 혼란이 많은 듯했다. 그러나 이 정도 혼선으로는 저를 막을 수 없고요? 제출 직전에 필터링해야 되는 조건을 하나 빼먹은 것을 발견해서 거의 처음부터 다시 돌려야 했지만, 무사히 제출할 수 있었다.
C프로그래밍은 아예 처음 접하는 언어여서 간만에 뇌가 말랑해지는 느낌을 받은 과목이었다. 왜 시니어 개발자들이 “언어에 얽매이지 말고 하나를 잘해둬라”라고 하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물론 파이썬을 잘하는 건 아니지만 익숙한 언어에 대입해서 문법을 보니 공통점과 차이점으로 구분해서 배우는 속도가 나름 빨랐다는 느낌이 있었다. 물론 요새 코드는 AI가 더 잘 짜주지만, 사람이 결국 코드 내용에 대해 수정하고 책임져야 해서 기본부터 배우는 게 중요하니까.
2. 💫퇴사💫
그동안 회사가 말했던 일정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그동안 진행되고 있던 모든 프로젝트가 사라져 버려서 고민하다가 퇴사를 결정했다. 비록 월급은 제때 나오지 않지만 할 일을 하다 보면 회사가 살 길을 찾겠지 하고 버티고 있었는데 신규 프로젝트는 둘째치고 기존의 개발 프로젝트조차 유지가 안 되는 모습을 보면서 이 회사로부터 받을 돈을 더 누적시키면 안 되겠다는 결심이 섰다.
AI engineer 로 커리어를 전환하고 나서 운 좋게 구했던 첫 번째 직장에서 일하기 좋은 환경과 좋은 동료들을 경험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회사로부터 내가 얻은 것이 있느냐고 물어본다면, 내 대답은 definitely yes이다.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세상은 이렇게 험할 수도 재밌을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동시에 드는 시간이었다. 개발 실무에 대해서도 배우고 특히 서버 관리는 더 큰 기업을 가면 내가 전혀 만져보지 못할 시스템이기 때문에 오히려 작은 회사에서 이것저것 건드려보고 배운 것이 나중에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ONGOING
1. 출석 수업과제&시험 대비
출석 수업이 있는 과목 3개 중 하나는 대체시험으로 돌리고, 두 개는 출석 수업 과제를 제출해야 한다. 1학기 때에 비해 여유가 없어서 11월로 미뤄뒀는데, 과제 두 개를 받고 나니 미뤄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사하고나서 이것저것 서류 처리 등등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생각보다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과제의 난이도가 극악으로 높진 않지만 까먹었던 이론과 개념들을 다시 찾아가면서 하려니까 생각보다 시간이 촉박했던 것 같다.
대체시험을 선택한 과목은 자료구조인데, 일단 수업에서 쓰는 언어가 C로 되어있어서 언어에 대한 적응도 필요했고 출석 수업에 쪽지 시험을 친다고 하는데 도저히 미리 공부를 해서 만점을 받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수업이 너무 산만하고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모르겠어서 only 책과 기출문제 만으로 대비를 해야 한다… 교수님 잡담 빼고 녹화해 주세요…
2. 면접&진로고민
몇 번의 면접과 다수의 탈락, 극소수의 합격이 있었고 이중 몇 안 되는 이직의 기회에 내 커리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길었다. 팀원들과 얘기해 봤을 때 엔지니어vs연구자 사이에 고민하는 사람도 있었고, 가족과 관련된 일로 인해 무조건 집 근처 회사만 찾아보는 사람도 있었고, 회사에서 점심을 주는지가 중요한 사람이 있었는데 나는 솔직히 지금도 내 최우선순위가 뭔지 모르겠다. 하나만 딱 골라서 장점을 취하기엔 나머지가 너무 아쉬운 욕심 그득그득한 사람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이직 자체에 대한 무서움과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고 무엇보다 현재 회사에서 더 오래 다닐 생각이었는데 반강제적으로 이직처를 찾게 되어 상황이 마음에 안 들었던 게 컸던 듯.
TO DO
1. 실업급여 신청
다행?히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되어서 퇴사 관련 서류는 경영지원팀에서 빠르게 처리해 주셨다. 놀랍게도 일한 지 만 5년을 채워서 구직급여를 생각보다 길게 받을 수 있게 되어서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
2. 시험 준비
왜 벌써 11월이지요..? 왜 이렇게 주말에 행사가 많고 시험 예정일과 겹치지요..? 하지만 인생은 원래 예측할 수 없어 쫄깃하고 단시간에 효율을 낼수록 짜릿한 것이니까.. 평일에 시간이 많아질 테니 퇴사 후 루틴을 짜서 성실하게 진도도 나가고 시험공부도 하려고 한다.
3. 사이드 프로젝트 재개
그동안 회사+학교를 핑계로 미뤄뒀던 사이드 프로젝트를 다시 사부작거려볼까 싶다. 기존에 개발해 뒀던 사이트 하나에 정제된 데이터를 밀어 넣는 작업과, 새로운 프로젝트 기획 중 그때그때 시간 나는 대로 작업할 예정. 후자는 앱이 더 나을 것 같긴 한데 앱 개발은 내 생각보다 좀 더 본격적이어야 할 것 같아서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