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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2014)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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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t.ly/K8sxS

 갑자기 밤에 영화가 보고 싶어서 넷플릭스로 뭐볼까 고민하다가 갑자기 본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개봉 일자에 비해 많이 뒷북이지만 사전 지식 없이 봤다가 내용과 연출, 그리고 생각할 거리까지 던져줘서 감동한 영화였다. 

 개봉한지 10년 됐으니 스포라고 할 것도 없겠지만 아무튼 스포일러 포함한 리뷰 시작해 봅니다~! 


이미테이션 게임 줄거리

(실제 역사와 다른 점이 많다는 점 참고)

 1939년 영국 블레츨리 라디오 공장에는 라디오 생산이 아닌 첩보가 이루어졌다. 앨런 튜링은 면접에서 본인이 농담은 못하지만 게임과 퍼즐, 특히 십자말풀이를 좋아한다고 하며 집에 보내려는 대니스턴을 설득해 에니그마 해독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된다. 에니그마는 매일 아침 6시에 도청되고 기계 설정이 자정에 초기화되므로, 팀이 해독하는데 주어진 시간은 18시간이다. 몇십 억 개의 경우의 수를 일일이 맞춰보는 팀원들과는 달리 튜링은 모든 암호를 해독할 수 있는 기계를 설계한다. 설계한 기계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돈이 필요하고, 상사에게 거절당하자 상사의 상사에게 편지를 보내 팀장으로 승진해 예산 확보에 성공한다..! 

 튜링은 제일 먼저 팀원 두 명을 해고하고, 십자말풀이 퀴즈를 신문에 게재해 새로운 팀원을 두 명 뽑는다. 그 중 한 명이 하마터면 비서 시험장으로 잘못 보내질 뻔한 조앤 클라크. (시대상이 명확함) 튜링도 8분 걸리는 2차 시험 문제에서 5분 34초 만에 푼 그녀는 튜링의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에니그마 해독을 위한 결정적인 힌트 또한 가져다준다. 튜링의 기계 '크리스토퍼'는 에니그마 해독에 성공한다.
 튜링 팀은 에니그마 해독에 성공했지만, 이 사실을 바로 보고하지 않는다. 독일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해독 사실 자체가 무의미해지므로 해독한 사실을 활용할 기회 또한 통계학적 분석에 맡긴다. 이 방식은 팀원의 형이 타고 있는 수송선이 공격받도록 내버려두기까지 하지만, 영국과 연합군을 전쟁에서 승리하도록 이끈다. 팀원들과 사이가 극도로 안좋을 시절 간첩 의심을 받았던 전적이 있는 튜링은 존의 책상에서 성경을 발견하고 그가 간첩임을 알게 되지만, 존이 튜링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서로의 비밀을 지키게 된다. M16 요원 멘지스는 클라크가 간첩 혐의로 군 감옥에 있다는 거짓말로 튜링을 떠보는데, 결국 앨런 튜링은 자신은 간첩이 아니며 존이 간첩이라 고백한다. 그러나 멘지스는 소련에 역정보를 흘리기 위해 존을 방치한 것임을 알려주고, 고백 때문에 다시 간첩 의심을 받는 튜링은 클라크를 걱정해 일부러 커밍아웃을 하며 파혼한다.

 당시 동성애는 불법이었기 때문에 튜링은 유죄 판결을 받아 수감 혹은 호르몬 치료를 택해야 했다. 호르몬 치료로 인해 몸과 마음 모두 피폐해진 튜링의 모습으로 영화는 끝난다. 튜링은 청산가리를 주입한 사과를 먹고 사망했다고 한다. 

인상 깊은 장면들

1. 보면서 어떻게 저러지.. 싶었던 장면은 여지없이 튜링이 해독 기계 크리스토퍼를 손코딩(...)하는 장면들. '코드를 짜다'라는 말이 옛날에는 진짜 바느질로 표시해야 해서 그런 건 알고 있었는데 그 시절의 기계를 만드는 장면을 영화로 보니 코딩을 21세기에 배워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코딩조차 GPT를 사용하는 것이 '좋은 생산성'이라고 하는 시대인데 새삼 기계가 돌아가며 암호를 해독하는 장면에서 전율이 일었다. 

2. 예고편을 1초도 찾아보지 않고 본 영화라서 앨런 튜링 이름이 나온 첫 장면에서, 튜링 테스트의 그 튜링인가 싶었는데 맞았다. 튜링 테스트는 원래 인공지능이 사람과 얼마나 비슷하게 대화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기계에 지능이 있는가? 에 대답하기 위한 테스트이며, 다른 이름으로 이미테이션 게임이라는 게 있는지 처음 알았다. 이미테이션 게임이 무엇인지는 전쟁 이후 튜링과 한 형사의 취조 장면에서 설명해 주는데, 튜링이 '내가 범죄자인가'라고 묻자 형사는 본인이 대답할 수 없다고 한다.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인공지능이 있다면 어떻게 대답할지, 그 대답에 대해 사람들은 뭐라고 생각할지 궁금해진다. 

누가 그들에게 생과 사를 결정할 기회를 주었는가? 

 에니그마를 처음 해독하고 해독 결과를 상부에 보고할지말지 여부를 팀원들끼리 토론하는 장면에서 트롤리 딜레마가 떠올랐다. 해독한 암호를 피터의 형이 타고 있는 배가 공격당하지 않기 위해 활용하면 앞으로 길어지는 전쟁으로 인해 더 큰 인명피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암호를 해독하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배가 공격당하게 두면 팀원의 가족이 죽는다.

 실제로 앨런 튜링이 영화에서 묘사된 것처럼 성격파탄자는 아니라고 하는데, 피터의 형이 타고 있는 배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기 않는 서사를 만들기 위한 장치가 아니었나 싶었다. 크리스토퍼를 발명한 것도, 암호 해독에 성공한 것도 선의를 위해 한 일이지만 결국 누군가에겐 더 큰 비극을 불러오고 말았다. 전쟁 중에 목숨을 잃는 사람들은 그들의 사망이 누군가에 의해 결정되는지는 꿈에도 모를 것이라는 점이 전쟁의 잔인함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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